우울증 환자의 끄적임

블로그는 보는 눈이 있어 완전히 편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가 없고, 인스타 비계는 글자 수 제한 때문에 티스토리를 찾게 된다.

어제 종합 심리 검사 결과를 듣고 왔다.
그래!! 나 ‘명백히 임상적인 증상들’을 가지고 있다 ㅎㅎ
즉 치료를 해야 한다는 뜻임
상담 치료도 권유받았고.

나 힘들었던 거 알아주는 것 같아서 좋다.
너무 안 징징댔던 것 같다. 근데 지금은 평온해서 딱히 징징대고 싶단 생각도 안 든다
혼자 징징대야겠다

내가 경증 공황이 있다고 했다. 뭥미..
근본적인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공황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데, 요즘 갑자기 심장이 아리고 팔다리에 살짝 힘이 빠질 때가 있다. 초기 공황 증상인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다음 진료날까지 너무 많이 남았다ㅠㅠ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대로 ‘억압’이라는 방어기제가 강하다고 한다. ‘부인’도 있대. 그래서 내가 힘든 걸 못 느낀대 자꾸 눌러댄대. 그리고 이렇게 부인과 억압이 있는 사람들이 강박도 있는 편이래. 응 나 강박 있어 심하진 않지만.

강박 사고는 SSRI 복용 후 바로 괜찮아졌는데 강박 행동은 전혀 차이가 없다. 애초에 별로 심하지도 않아서 그런가. 딱히 힘들지도 않음~

---

지금 단일 평가(직접적으로 묻는 질문)에서는 불안/우울이 정상적인 범위로 나오는데, 다면적 측정 상으로는 불안/우울이 높고 경증 공황이 있대. 즉 내 심리상태에 대한 의식과 무의식의 차이가 큼.
근데 약간의 불안으로는 공황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즉 내 실제 (무의식의) 불안 수준은 높은데 나는 별로 높지 않은 걸로 인식하는 거지.
내 우울을 부인하기 때문에 조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

강박도 마찬가지라고 함. 명확한 강박 증상이 있는데 검사 상에서는 안 높게 나옴. 근데 치료 중이라 반응이 좋아서 그런 걸 수도!

자존감도 마찬가지라고 함. 의식적으로는 높고 무의식적으로는 낮음. 여기도 부인과 억압이 적용됨.
상처받은 자아를 돌아보기에 고통스러운 부분이 크므로 이를 인식하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동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대. 와닿지는 않지만 일리 있는 듯!

부담감을 상당히 느끼고 있으며, 많은 책임을 지는 삶이 마땅하다고 여김.

---

그래 시발 나 힘들었다고
내 뇌 고장났다고

이전 글에서 언급한 증상들 외에도
요즘 사람들이랑 얘기할 때 자꾸 집중이 끊긴다
유사 공황 증상도 나타나고
피곤한데도 아침에 자꾸 일찍 자고
허리에 맞는 바지와 벨트가 없다.
감정기복도 생겨서 잘 웃다가도 1초만에 기분이 다운된다.
자기연민이 심해서 자꾸 누군가에게 내 고통을 털어내는 상상을 멈추지 못하고.

그래도 식욕은 0에서 0.2 수준으로 올랐다
기분도 나쁘진 않고.

ㅆㅂ 다음 진료까지 거의 2주 남았는데 애탄다..
빨리 가고 싶다. 장담하는데 약 증량함ㅋㅋㅋㅋ
과연 졸로푸트를 증량할까요, 새로운 아이가 추가될까요.

한 번에 2주치 이상을 처방받는데, 이거 한꺼번에 먹으면 자살할 수 있나 갑자기 궁금해지네
진짜 실행할까봐 무섭다
가장 현실성 있는 자살 방법이구나

아니 이제 자살 생각은 만성적으로 굳어진 것 같다.

(이 얘기도 진료 때 해야지. 근데 이런 단어를 육성으로 하는 건 정말 어렵다. 상대가 정신과 의사임에도ㅋㅋㅋㅋ 이 단어를 뱉음으로서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불쾌한 기분을 줄 것 같아서 어렵다.)

자살 생각을 완전히 끊으려면 1년동안 행복만 해야할 것 같다.
시ㅣㅣ발 행복 내놔
대충 행복이라는 감정을 만 두 살부터 느낄 수 있다고 가정하면 나는 9년 반을 평온/행복하게 보냈고, 7년 반을 불행하게 보냈다. 와우~~~~

뇌에 이상 올 만 하다 ㅋㅋㅋ
이제 내 가정 환경도 안 좋았으면 우울증이 아니라 조울증이나 조현병이 왔겠지 불안장애도 훨씬 심하고. 약도 훨씬 많이 먹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