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급커브 당일 쓴 글 230329

난 나를 사랑하지는 못하지만 내 삶을 무척이나 아낀다는 걸 깨달았다. 과거에는 죽음이 무서웠다면 요새는 (죽음도 물론 무섭지만) 더 이상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지곤 한다. 아등바등 버텨온 게 아까워서라도 이걸 끝낼 수 없어.

이제서야 해가 빼꼼 나왔거든. 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무지개가 뜰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 그것만 보고 끝이 나든 말든 했으면 좋겠다. 그러고 해는 다시 모습을 감추겠지. 하지만 다가올 먹구름이 두렵지 않아. 해가 무조건 다시 뜬다는 걸 이제 아니까.

사소한 두려움이 하루에 몇 번씩 덮치기 시작했다. 확신이 아닌 의심으로 메워진 뇌가 슬슬 회의감의 제물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무너지고 싶을 땐 무너지되 금방 우뚝 일어나 담대하게 나아가자. 죽을 각오로 싸우고,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가능한 나와 감정을 분리하고, 옳은 것을 좇아야지. 근거 없는 믿음도 가져보고, 피할 수 없을 땐 즐겨도 보고, 상황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걱정은 집어치우자. 그리고 웃자.
처음으로 내일이 기대되고, 미래가 있음에 감사하다.

이지영 선생님의 말씀.
“죽고 싶다는 건 삶에 욕심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욕심이 많아서, 너무 잘하고 싶어서, 내가 역설적이게도 내 삶을 너무 사랑하고 완벽주의가 강하다는 거.“

Die Reise beginnt
Ich weiß noch nicht, was morgen ist
Doch ich werde mir was suchen
Was besser zu mir passt, mich am Ende glücklich macht

Everyone dies but not everyone lives.
Everyone takes but not everyone gives.
<Gold - Jessie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