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싶다 230412

아프고 싶다 남들에게 피해 주면 안되니까 기침 기래는 없고. 목 살짝 아프고 열 났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신적 고통은 없고 육체적 고통만 있을 테니. 지금 아픈 상태인데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건 이게 여름에 겨울을 그리워하고 겨울에 여름을 그리워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뜻한다. 신은 다가올 행복을 온전히 느끼게 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 같다.
그래도 확실한 건 마음보다 몸이 아픈 게 훨씬 낫다.
그리고 이대로 모든 걸 끝내버리기엔 난 아직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을 사랑한다. 아직은. And hopefully for the rest of my life.
최근 감사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 같아서 내려놓기로 했다. 조금은 거만해져보자. 조금은 간사해져보자. 내가 타고 난 것들을 이용해먹을거야. 내 10대의 일부가 불행으로 범벅되었을지언정 내가 특권층이라는 건 자명하니까. 내가 나에게 들이대는 잣대의 개수를 반으로라도 줄여보자. 이렇게 글이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일관성이 없어도 그저 내 정신 상태가 잘 반영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할테다.
난 잘못한 게 없다. 나 노력하고 있어. 노력하고 있단 말이야. 근데 효과가 없는 것 같아. 효과 있는데 내가 눈치를 못 채는 거였으면 좋겠다.

+이 글 쓰고 얼마 안 지나서 배가 싸하더니 ㅈㄴㅈㄴ 아프더라. 생리 첫날이라 내일 배가 무진장 아프길 바라고 있었는데 살짝 후회했다. 운명의 장난. 어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