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지표

나의 고통의 지표는 중학교 때다.
그때에 필적한다면 극심한 고통, 그때에 조금 못 미치면 많이 심한 고통, 그때의 절반 정도면 꽤 심한 고통.. 이런 식이다.
그리고 그때와 같은 수준은 이후에 겪어본 적이 없다.
수능 직전이 한 60~70%였다.

그때 느낌은, 그보다 더한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겠다는?
내 마음을 불에 지지고 돌판에 갈아버리고 칼로 토막을 내어 짓누르는 느낌.
최고의 투수가 내 심장을 던지고 장외홈런을 쳐서 주차장에 떨어지고는 지나가는 차가 짓밟고 가는 느낌.
전혀 과장하지 않았다.
내 방에 있음에도 불안해서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했다. 그래서 그때의 내 방을 떠올리면 불안의 이미지만 맴돈다. 오롯이 혼자서, 적막하게, 잔인하게, 생생하게 절망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에.
엄마, 그래서 그때 내가 유튜브를 그렇게 봤던 거였어. 5초라도 잊어보려고.

어느 날은 자려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웃긴 영상을 틀어놓으니 겨우 잘 수 있었다.
부모님께 눈물을 숨기려 겨우 참았다가 방이나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그고 울었던 수십 번의 경험 때문인지 지금도 나는 멀쩡하다가도 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눈물이 솟구칠 때가 있다.

걱정하실 부모님은 안중에도 없고 그냥 죽고 싶었다.
(지금은 안중에 계심^^)
매일 분노에 가득 차서 독서실 자리에서 씩씩대며 이를 갈았다.
아빠에 대해 5분 정도만 생각하면 바로 흐르는 눈물. 무슨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발걸음 떼는 것도 힘겨워서 졸업은 어떻게 한 건지 참 대견하다.
박살 난 심장을 겨우 모아놓은 채 걸어 다녔던 등굣길이 선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저 차가 날 치길 바랐었다.
그러면 이 모든 고통이 끝나겠지. 아빠가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겠지.

그때의 비참함을 요즘도 가끔 느낀다.
버티고 버틴 죄로 얻은 정신 질환들.
눈물범벅이 된 채 웅크리고 침대에 누워있노라면
아파서, 억울해서, 비참하다.

근데 나는 오늘 아침약(수면유도제를 제외한 사실상 내 약의 전부)을 먹지 않았다.

트라우마는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이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다른 이유도 있긴 하지만 자주 저녁을 거른다.
이것도 일종의 자해 아닐까. 하…

나는 과거에 묶여사는 동시에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한다. 나는 현재를 제외한 모든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