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서 말했더니만

되도않는 위로.
조심스러워서 아무 말 못하겠다더니
그 짧은 몇 마디 속에 나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이 포함되어 있었어.

‘나도 안다’

알긴 개뿔
뭘 알아 뭘
설령 나보다 더 힘들었대도 우리가 겪는 아픔의 종류는 달라
나도 지금 정신이 온전치 못해서 지랄하는 거 알고 있고
상대도 그 사람만의 일로 힘든 거 아는데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

뭘 알아
어떻게 알아 내 아픔을
7년 넘게 쌓인 내 아픔을 어떻게 아냐고
7년ㅎ 다른 사람에 비하면 초라하지
어 나도 알아 나도 알아 시발

알긴개뿔
죽고 싶다는 내 말에 해줄 말이 그거밖에 없는 건지
조금만 더 위로해주지
조금 더 자세히 들어주지
온기 없는 딱딱한 말만 뱉는 니가 밉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함께 부산 여행을 갈 계획을 세웠다.
공황이 왔는데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내가 이만큼이나 힘들었다는 소중한 증거.
감사해야 함에도 감사하지 않았던 간사한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

혀튼
난 널 정말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앞으로 널 어찌 대할 지를 모르겠다
남자라서 그런 거라고 무심히 넘겨버리기엔
나 조금 상처받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