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0 depression journal

비교적 평온한 날.
부작용 때문인지 우울증 증상인지는 모르겠지만 4시 반에 깨서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두 시간을 잠으로 날려버리고 시작한 하루.
 
요즘 공부가 진짜 안 된다.
과거에는 공부하기 싫은 마음만 있었다면 이제는 살기 싫다는 마음까지 10초마다 새로 생기니 공부를 어찌어찌 시작을 해도 5분 이상 집중이 안된다.
6교시까지 수업이 끝나고 8교시에는 서러움이 절정에 달해 계속 눈물이 났다.
모의고사 시험지 위에 눈물자국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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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갓생을 살아보려 했지만 성공한 기간은 도합 1년이 안 된다.
나의 뭣 같은 의지박약을 아직도 이기지 못한 채, 우울증과 싸우는 동시에 자괴감과 자기 비하는 여전하고, 그런 와중에 여기 갇혀서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정말 괴로웠다.
 
주위 사람들의 응원에 고마움, 따뜻함조차 못 느끼는, 인간의 모습을 모두 상실해 버린 내 모습에 화가 나고, 또 이 세상에 증오를 느낀다.
모든 감정이 죽었다.
모든 열정이 죽었고 모든 행복이 죽었고 모든 꿈이 죽었다.
 
나는 걸어 다니는 시체다.
살인자는 세상. 피해자는 나.
 
이런 변해버린 나의 건조한 모습을 매일같이 감당해야 하는 엄마께 죄송스럽다.
얼마나 슬프실까.
 
우울증 카페에서 자기 자식이 죽고 싶다고 울면서 와서 한숨도 못 잤다는 글을 봤다.
나도 엄마께 살기 싫다고 징징대고 싶은데, 참기 힘들었다.
'사랑해'보다 '살기 싫어'를 먼저 말하는 못난 딸은 되기 싫어서 당분간 잘 참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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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발 내 주변인들에게 평온이 허락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재수생 동지들이 페이스 유지하며 수능날 공부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길.
J의 할아버지께서 중환자실을 나오셔서 J와 다시 함께 웃으실 수 있길. 하나님의 뜻대로, 순리대로 절차에 맞게 흘러가길.
S를 비롯한 주변 우울증 환자들이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병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길. 우리 S 특히, 나와 비슷해서 더 마음이 쓰인다. 공황까지는 오지 않길. 자존감을 기르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길.

 인간관계에 대한 곡이라지만 나에겐 인생사에 대한 내용으로밖에 안 보인다.
하ㅠㅠㅠ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