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주차 조각 모음

쉘리랑 논 다음 주 수목금에 갑자기 공부가 재밌어지면서 모든 학문 분야가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인문 철학과 현대 시. 
 
eins. 
Initiative
1. (특정한 문제 해결, 목적 달성을 위한 새로운) 계획
2. 진취성, 결단력, 자주성
3. 주도(권)
앞으로 내 모토는 이 한 단어로 끝나... 진 못할 것 같지만 한 50%의 지분은 주겠어.
 
zwei.
한창 돌덕질 열심히 할 때 매번 눈팅했던 비투비 누나팬분의 글.

정말 맞는 말이다. 3년이 지났지만 그때 나의 열정과 형용 불가한 감정들이 현재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고, 미래에도 계속될 거라고 확신한다. 굿즈에 쓴 돈은 사실 좀 아깝긴 한데ㅋㅋㅋ 안 사고는 못 배기니까 또... 그래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감정과 추억을 너무너무너무 많이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무언가에 그렇게 푹 빠져보는 경험이 한 번쯤 있어야 하니까. 아직 입시에 덜 데인 비교적 온전한 나였기에 사춘기 콤보가 더해져 그런 시너지가 났던 것 같다.
 
우리 부모님도 내 덕질에 크게 반대하는 편은 아니셨는데, (오히려 할머니께서 내 덕질 얘기를 들으신 후부터 나의 덕질 라이프를 열렬히 응원해 주셨다.) 가끔 덕질하느라 폰 너무 많이 본다고 크게 혼나곤 했었다. 이건 내 잘못 인정.. 그때 나의 심리 상태가 덕질 때문에 나아졌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문득 그분들을 떠올리면서 10초 20초씩 숨통이 트인 경험은 수도 없이 많다.
 
 
drei.
금요일 물리 시간에 입시 과학을 배우면서 느끼는 감동과 경이로움이 정말 너무 오랜만이었다. 물 1에서는 실 하나의 모든 부분에 장력이 일정한 크기로 걸린다고 배웠는데, 물 2인가 대학 과정에서는 다 다르다고 배운다고 쌤께서 간략히 설명해 주셨다. 별 대단한 원리는 아니었는데, 내가 하도 물 1에만 매몰되어 있어서 그런가 입이 떡 벌어지더라. 백호쌤 생 1 들으면서 승현이랑 웃기다고 카톡으로 얘기했던 것도 생각나고. 나 약간... 원래의 나로 돌아오고 있는 거니?ㅜㅜ
 
 
vier. 
요새 좋은 가사들이 참 많다.
1) 그 아이 - 모노그램
새벽에 도서관 책장 속에 추억을 담아 사춘기시절 첫사랑 얘기도
놀이동산과 흩날리던 민들레씨까지도
아장아장 걸어가던 으쓱으쓱 춤을 추던 어렸던 우리의 모습은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렸네요
학교를 가던 첫날 그게 뭐라고 설레던 우리 좋아했던
만화와 과자와 사탕까지도 하나씩 잊어버린 그 아이
연필과 지우개 시험지 속에 추억을 담아
 
함께 걷던 여름밤 시냇가도 떠다니던 비눗방울 따라오던 강아지들
함께 뛰놀던 그 모습은 저녁의 노을과 별들 속에 추억을 담아
지워져 버린 그 기억까지도 우리가 쓰는 이야기의 엔딩
저 끝까지도 그랬던 우리의 모습을 어른이 되어도 간직하기를
 
초등학교 때 생각이 나서ㅠㅠ 친구들 얼굴이 다 스쳐 지나간다. 
나 어른 하기 싫어요 으쓱으쓱 춤을 추던 때로 돌아갈래요
우리 엄마가 지금도 가끔씩 우리에게 말하시는 게, 내가 7살 때였나 브레멘 음악대 노래 틀어놓고 동생이랑 온 거실을 헤집으며 춤추고 뛰어다녔던 모습이 눈에 선하시다는데.. 정확히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2) Celestial - Ed Sheeran
밍밍이도 글코 차차도 슬슬 내 음악 취향을 파악해 가는 듯. 추천받은 곡인데 이렇게 좋을 수가 읎음. 그리고 가사도 한몫했다. 얘는 해석해서 올릴 거니까 가사 첨부는 패스
 
3) Who Am I - Palewaves
이것도 가사 해석 올렸던 거긴 한데, 요새 가사가 더욱 좋게 느껴져서ㅠㅠ
 

학원에서 끄적끄적

Drag my feet off the ground
I'm slowly sinking down
I'm having a hard time
I feel trapped, I feel obliged
 
내 고3 여름 같다.

4) 무릎 - 아이유
특별히 더 좋은 부분을 고를 수 없다. 약은 약사에게 위로는 이지은에게.
내가 이런 잔잔한 노래를 듣고 있다니.
 
5) 시간 여행자 - 라즈베리필드
모르겠지 나 향하는 저기 멀리 열린 새 삶의 한 페이지
새로이 써내려 갈 일기
머뭇거린 시간을 끝나고 저기 열린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세상으로 달려가지
 
 
6) 초록창가 - 악뮤
 
 
fünf. 김기택, <새>
요새 푹 빠진 현대시.
새장 안의 새는 모이를 향해 날지 않고 걸어간다. 가끔 창살 밖으로 하늘을 바라보지만 자유롭게 저 멀리 날아갈 의지를 상실했기에 자신의 본성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인터넷만 있으면 의식주가 해결이 되는 현대 물질문명 하에서 현대인은 만족하고 길들여지며 그것이 행복인 줄 알고 산다. 현대인들이 일상에 충실할수록 본질을 잃고 일상의 굴레 안에서 더 오그라드는 아이러니.
 
 
sechs. 
방인혁 쌤 물리 드립 너무 소중해.. 빵빵 터지는 개그는 아닌데, 뭔가 물리 선택자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특별한(?) 개그라서 더 좋기도 하다. 졸다가 들어서 확실하지는 않은데, 바로 이번주 금요일에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질소랑 산소가 부딪힐 텐데 에너지 보존이 안되면 다들 에너지 잃어서 수업 끝날 때쯤 되면 액체 산소랑 액체 질소가 바닥에 말 깔려있겠지."
ㅋ
전에는 무슨 알파 입자 산란 실험 결과를 그래프 위에 찍어놓고 대학원 선배의 만행을 비유로 들면서 원자핵 발견의 증거가 되는, 표준편차가 큰 점들을 지우시던데 그게 개웃겼다. 너무 재밌어서 이걸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걸 웃기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답이 안 나오더라. 아니 무려 원자핵의 존재를 입증한 실험에서 그 핵심 데이터를 쓱싹쓱싹 지우시는데 안 웃길 수가. 하.. 사람들아 물리 하세요
물리 드립 소중해.
제물포: 쟤 때문에 물리 포기
물안개: 물리 안 해 개ㅅㄲ야
 
서영이가 말하길 물리는 그뭔씹 과목 아니냐고.
그래. 맞다. 그래..
 
sieben.
어른 되면 법 공부도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아는 게 없고 세상은 비열하고 약아빠졌기 때문에.
 
 
acht. 
세상은 경쟁사회가 아니란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만 이기면 된다고.
그냥 말의 요지를 분명히 하려고 경쟁사회가 아니라는 극단적인 말을 덧붙인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이 견해에 꽤 동의한다. 
그치만 경쟁 사회가 아닌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와도 싸워야 하고 남들과도 싸워야 한다.
최근들어 하게 된 생각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게 암담하다.
내 위에 사람들이 천지삐까리로 깔린 건 너무 당연한 팩트고, 나는 완전히 받아들였고, 아니 어떻게 5000만 명 사이에서 1등을 해. 그런 건 신이 내린 재능과 신이 내린 노력 모두를 겸비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고. 
그렇다면 나는 지금 비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걸까. 아니라고 본다. 그 극소수의 천재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놀라고 하고, 그 사람들이 내 앞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니까. 고3 때 물리 선생님께 인생의 의미를 많이 배웠다.
내가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우울해하니까 선생님께서 이 얘기를 여러 번 해주셨고, 난 그걸 인상 깊게 기억해 뒀다가 혼자서 여러 번 뇌에서 process를 했고! 이제 나도 이게 진실이며 진리라고 믿는다.
 
그래 여튼 내 위에 인간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은 당연한 거고 별로 압도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제 내 밑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부 측면에서, 인생 측면에서 나보다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 혹은 나보다도 노력을 하지만 (아마도) 재능이 부족해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이 연쇄적인 구조가 참..ㅠㅠ
죽어도 의대 아니면 안 되는 사람 <- 서성한 연고대 정도면 행복한 사람 (나) <- 중경외시 건동홍 <- 그 뒤는 잘 모르겠다 정말 끊이지 않고 이어질 텐데.
수만휘에 들어가 보면 나는 장학금을 줘도 안 가는 대학에 붙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낀다. 또한 많은 내 친구들은 연고대로도 만족을 못하고 있고.
 
이런 연쇄 구조의 또 다른 예시로는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 <- 그런 삶의 중요성을 인식하지만 실행은 못하는 사람 <- 그런 삶의 중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
 
 
neun.
좋은 대학을 가고 싶은 이유
1. 비교적 질 좋은 인간관계 형성 가능. 비전과 야망이 있고 노력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들
2. 좋은 인맥
3. 인생 난이도 낮아짐(낮다는 게 아니라 낮'아짐'). 좋은 기회가 많음. (난도가 0에 가깝다는 게 아니라 델타값이 음수라고)
4. 어깨 펴고 당당히 살 수 있음. 내가 엄청 줏대 있는 편은 아니라..
5. 사회에 나가기 전 목표를 이루고 내가 뭔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생김. 성취한 경험
6. (잠깐이나마) 나 잘난 맛에 살 수 있다
7. 부모님이 투자한 시간과 돈에 부응
8. 21살부터 과외로 돈 벌기 가능.
9. 비교적 좋은 교수님들과 연구 환경
9-1. 비교적 제대로 된 물리 공부 가능
 
 
zehn.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많은 인생 선배들은 혀를 끌끌 차며 내가 현실의 벽에 안 부딪혀봐서 뭘 모른다고 하겠지?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하겠지.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서 무섭다. 나의 열정을 좌절시킬 현실의 벽이란 무엇일까. (하 진심 진짜로 현실과 대체 어느 정도로 타협을 해야 하는지 저어어언혀 모르겠다. 아주 미쳐불겄어.)
하지만 그들은 애초에 나와 다른 사람이지 않을까? 꿈의 소중함을, initiative로 가득 찬 인생이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고 새장 속 새처럼 살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부디.
나는 다르게 살고 싶어. 전형적인 삶이 싫어.
 
배낭 메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마약 같은 순수한 행복과 자유에 젖고, 초원을 막 달리고 언덕 위를 구르고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산전수전 다 겪겠지ㅎㅎ 
 
전에 지인이 이렇게 말했었다.
인생을 즐거운 회전목마 사는 것처럼 살아보자고. 같이 탄 옆사람 앞사람 마주쳐서 같이 웃어도 보자고. 한 번 허락된 인생인데.
와 이 말이 진짜 잊히지가 않는다.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류의 말이라서. 
 
 
elf.
미움받을 용기!
현재 극복 사례 두 건 달성. 짝짝짝
 
 
zwölf.
인천 공항이 너무 좋다. 고향에 돌아온 느낌과 일부 비슷한 듯. 
고향의 익숙함과 편안함을 공항의 설렘에 대응한다면ㅎㅎ
정말 가도 가도 좋아. 기억나는 것만 11개국인데 한 번에 두 나라씩 간 적도 있었으니 공항에 스무 번 간 게 된다.
btw 이제 드디어 출국/입국 수속 혼자 밟을 수 있을 것 같음ㅋㅋㅋㅋ 쉘리 끌고 자신감 있게 길 안내함ㅎㅎㅎㅎ
 
 
dreizehn.
쉘리 무슨 내 영혼의 단짝 같음. 아니 뭐 말하는 것마다 다 겹쳐 아니
하
일단 쉘리도 외국 문화(=한국)를 좋아하고 그래서 무려 혼자서 지구 반바퀴를 돌아 한국에 왔고, 자기가 꿈꾸는 dream life가 있고, 얘도 지금 현실과의 타협 정도를 정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initiative 가득한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 쉘리.

<공통점>
-새장 속 새들을 양산하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절망
-내가 현실에선 절대 하지 못할 쓰레기 발언을 해서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상상을 하고 혼자 스트레스받기.
-내 이상형 조건을 보여줬더니 자기 남친이랑 정확히 일치한다면서. 진짜 미쳤다. 마냥 평범하다고는 볼 수 없는 리스트인데.. 진짜 너무 신기했다. 
-"I wanna see the fucking world. I don't want to do same things again and again."
 
 
+) 대화를 좀 나누고 나서 쉘리가 이렇게 말하더라.
"So you need a travel buddy." 여기서 travel은 metaphorical term
응 정확해. 간파당했군.
 
 
vierzehn.
요새 기도할 때 걍 하나님께 나불대는 것 같음. 친구처럼. 진짜 누군가랑 대화하는 느낌이 들고 재밌다. 그리고 나의 유일한 크리스천 친구 둘 중 하나가, 우리의 친구 되신 예수님이라고, 난 온전한 기도를 하고 있는 거란다. 오 나이스
 
 
fünfzehn.
'감사'의 일부는 다행스러움, relief에 기인하는 것 같다. 교회에서 맨날 말하는 '범사에 감사'에서 '당연히' 감사해야 할 것들은 제외한 부분.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걸 구분하는 선은 모호하지만 말이다.
 
 
sechzehn.
https://youtu.be/m3_pdvibHTk?t=51
정승제 쌤 영상 중 제일 좋아하는 거.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게 안 하죠. 안 한다니까. 안 해. 왜? 보편적으로 살아야 하니까."
보편성과 당위성이 함께 오는 게 소름이다.
 
 
siebzehn.
근 몇 달간 많은 사람들이 날 높게 평가해 준다. 성격뿐만 아니라 지능 부분에서도.
정말 감사하지만 솔직히 후자는 전혀 와닿지 않는다. 
나 너무 overrate 되는 거 아닌가. 겸손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사람들은 나의 뭘 보고 내 지능을 그렇게 높이 쳐주는가. 
물리 자이스토리랑 300제 이 두 권을 다섯 번씩 푸는데도 끝내 풀리지 않았던 수십 개의 문제들. 한숨 한 번 쉬고 눈물 뚝뚝 흘리며 흐릿한 눈으로 문제를 다시 노려봤던 적이 수백 번. 
태호쌤이 갑자기 생각난다. 논술 건대, 경희대 얘기하니까 쌤께서 나 이런 대학 보내려고 그렇게 가르친 게 아니라고....... 진짜 충격이었다. 사실 성대도 아깝다고(성대가 내가 쓴 가장 높은 대학). 엥?? 그럼 연대밖에 안 남는데요? 태호쌤께 2년을 배웠지만 국어 공부할 때의 단면적인 면밖에 못 보시지 않았을까? 같이 해석 대회 나가고 연구하고 논문 쓰고 싶다는 추추쓰도 나한테 대실망할 것 같아서 걱정된다 진심. 쌍수 이후 처음으로 장식품으로서의 역할을 살짝 하고 있는 나의 대갈통.
오 그러고 보니 30초에 한 번씩 ㅆㅃ 거리면서 실험하고 논문 쓰는 거 마지막으로 해 본 지 1년 반이나 지났네. 역시 과거는 미화된다.ㅋ
또 하고 싶다. 찐 과학을 하고 싶다. 쓸데없이 꼬아놓은 계산식 세워서 전개하는 거 말고.
 
 
achtzehn. 
동남아 가고 싶어서 미치겠다. 선진국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그 순수한 자유와 행복을 느끼러.
아 Hannah 보러 필리핀도 가야 함ㅠㅠ 이모 보러 태국도 가야 되고 싱가포르는 그냥 가보고 싶었고..
동남아는 아니지만 하와이에 교회쌤이랑도 가고.
마르쿠스는 한국 언제 오지 내년에 와라 쉘리도 그냥 내년에 바로 오셈
재수 직후에 시드니 또 가면 좋을 것 같음. 사실 휴양지는 딱히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난 좀 흥미진진한 걸 원한다 릴랙스 말구.
당연히 독일도 가야 하고, 친구 없다고 징징대는 놈 보러 캐나다도 가고ㅡㅡ 는 아니고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두 달이 캐나다에서의 시간이었기 때문에ㅠㅠ
아아 미국을 좀 덜 추울 때 가고 싶다. 메트로폴리탄도 가고 자연사 박물관도 또 가고 싶음 당연히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도 보고 이번엔 마틸다랑 위키드 말고 딴 거 본다 무적건
북유럽도 한 번은 가봐야 하고 차차 데리고 프랑스 가서 인종차별 당하면서 빵 먹고 에펠탑 아래에서 흥에 겨워 춤추고 싶다. 
아 맞다 일본 정도는 엄마가 보호자 없이 친구들끼리만 보내줄 것 같은데ㅎㅎ 더 먼 외국 가서 적응 잘할 목적으로도 가고 싶고, 한국 여행지와 다르지만 서양 세계와 비교하면 또 한국과 굉장히 비슷한. 그 편안함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일본 갔다 온 지 7년인가 8년 됐는데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유럽밖에 안 갔더니 그 새로움과 어색함에 좀 지치는 것 같기도 하다.
 
 
neunzehn.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 나무위키

1.  
   • 시험을 망쳤다 → 공평하지 못한 시험이었고, 논란이 있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vs 내가 충분히 대비를 하지 못했다
     
     
2. 이 사건은 내가 원인이 되어 발생했는가? 아니면 외부의 무언가가 원인이 되어 발생했는가?
3. 이 사건은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인가? 아니면 항상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인가?
   • 돌이켜 생각하기도 싫은 말실수를 했다 → 내 삶에서 어쩌다 나타난 우스운 실수였다 vs 내 삶 속에서 늘 반복되는 불쾌한 의례와도 같다
     
     
4. 이 사건은 내 인생에서 제한적인 영향력을 갖는가? 아니면 내 삶의 여러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가?
   • 친한 친구와 소원해졌다 → 단순한 친구관계에서의 충돌일 뿐이다 vs 내 전반적인 대인관계 역량의 부족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자는 낙관적, 후자는 비관적 설명 양식.
놀라울 정도로 내가 하는 생각들의 양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항상 저 둘이 싸움. 그래서 늘 답이 안 나옴.

 

이 사진을 봐라. 이게 내가 매ㅐㅐㅐㅐ앤날 하는 사고인데 나는 과학을 할 운명인가 보다.

 
zwanzig.
부동의 최애 시 1위에서 공동 1위가 된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인식의 주체: 나->너->우리
인식의 내용: 몸짓->꽃->눈짓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몸짓'은 왜 의미 없는 존재를 의미하는가.
여전히 감도 안 잡힌다.
 
 
einundzwanzig.
Rejoice - Il Divo

Cual es el dia en que olvide
그날은 언제였던가요
Mi fe y mi sentir,
나의 믿음과 감각을 잃고
Mi vida fue un sinvivir
나의 생이, 함께 나누고 싶었던
La quiero compartir.
생명을 잃었던 그날은.

Llegue a pensar
모든 것을 떠나
Dejar todo y olvidar,
잊어버리려고 생각했지요,
Pero vuelvo a empezar.
그러나 다시 시작으로 되돌아왔어요.

So come and rejoice,
그러니 와서 기뻐해요,
Come and rejoice.
와서 기뻐해요.
 
우연히 찾은 스페인+영어 노래.
가사가 와닿진 않지만 이상하게 끌려서 가져와 보았다.
 
 
zweinundzwanzig
참 재밌는 대화.

나: Töte mich!
쉘: Später. Ich will schalfen.
나: lol what is 'promise' in German?
쉘: Versprochen.
나: Versprochen! Später! Töte mich!
쉘: Jaaa
나: Super
 
그리고 어제는 내가 나 죽여달라고 드립 치니까 싫다고. 근데 만약 삼수하면 죽여주신대.ㅎㅎ
그러다 말 바꿈 그냥 나 델꼬 독일 가서 의식주 제공해 주고 자기 상담사한테 새 클라이언트가 왔어요~ 할 거란다.
ㅋㅋㅋㅋㅋㅋ

 
 

dreiundzwanzig

국어 비문학 풀다가 존재론과 인식론이 나와서 찾아보았다. 형이상학은 일반 형이상학과 특수 형이상학으로 구분되는데, 전자가 즉 존재론을 뜻한다. 형이상학 학자들이 연대별로 배열이 되어 있는데, 소쉬르의 구조주의 지문이 재밌었던 게 떠올라서 소쉬르의 나무위키 페이지를 열어봤다. 그냥 그 지문의 내용이 그대로 실려있더라. 와 신기해 랑그와 파롤, 기표와 기의 etc
https://namu.wiki/w/%ED%86%B5%20%EC%86%8D%EC%9D%98%20%EB%87%8C

통 속의 뇌 - 나무위키

 

이건 비교적 최근에 풀었던 지문인데 얘도 흥미로워서 가져와 봄.

글 읽으려는데 첫 문장부터 막혀서ㅋㅋㅋ
자 유아론이 무엇인가. 유아론에 따르면, '자아를 갖고 생각하는 자신' 이외의 타인이나 물건들은 모두 그것이 실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감각이 만들어낸 내 자아 속에만 존재하는 허상인지 알 수 없다. 한자를 풀이해 보면 '오직 유(唯)', '나 아(我).
맞아.. 마치 '우리가 지금 꿈을 꾸지 않고 있다는 걸 어떻게 확실하게 알 수 있냐'와 비슷한 결인 것 같음. 철학에 관심을 가진 지 2일 차? 3일 차? 된 사람으로서 뭐라도 의견을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가 없다. 과학적 사고 체계에만 익숙해서 얘네는 생각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어떤 논리구조를 따라야 되는지조차 모르겠다.
anyway 통속의 뇌 실험은 유아론적 사고 실험이라 합니다. 이론 물리학자들이 맨날 하는 게 사고 실험이쥬. 실험 물리학도 좋지만 이론이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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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라색으로 쓴 건 내 생각)
전제: 우리의 뇌를 몸에서 떼어내서 통 속에 넣고 생명력을 유지하게 한다. 그리고 모든 외부의 자극을 컴퓨터로 만들어서 뇌에다가 주입하고, 뇌가 가상의 환경만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뇌는 자신이 진짜 세계와 마주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어지는 자극에 반응하고 있을 뿐인지 구분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병 속의 뇌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도 없고, 실제 세계와 마주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퍼트넘은 이런 식의 사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통 속의 뇌고 사악한 과학자들이 나한테 전기 신호를 줘서 내가 현실에서 나무위키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퍼트넘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진짜 통 속의 뇌는 통 속의 뇌를 경험(인지)할 수 없다. 그냥 전기 신호 8번 같은 게 입력돼서 '통 속의 뇌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뿐이다. 즉 애초에 진짜 통 속의 뇌가 자신이 통 속의 뇌인지 의심하는 건 불가능하다. 진짜 통 속의 뇌는 전기 신호 8번을 생각하는 것뿐이다. 
통 속의 뇌가 진짜 '의심'을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보이도록 전기 신호를 통 속의 뇌에게 보낸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이때 학자 A가 반박함. "아 퍼트넘! 그거는 통 속의 뇌가 되기 전에 통 속의 뇌를 몰라야 성립하는 거고."
그러나! 만약 통 속의 뇌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 A가 어제까지 멀쩡히 살다가 갑자기 납치되어 통 속 뇌가 되고, 전기 신호 8번을 받아 '통 속의 뇌가 되었나?'라고 생각을 한다면 통 속의 뇌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이 '통 속의 뇌인가?'라는 의심을 할 수 있다.
즉, '내가 통 속의 뇌인가?'라고 '의심'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당신이 통 속의 뇌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와 이런 식으로 결론을 도출한다고 와 철학 사고 실험은 이렇구나 ㄹㅇ 신세계다
 
근데 퍼트넘이 또 반박 박음. "야 그 의심은 진짜 의심이 아니라니까."
"전기 신호 8번을 통한 의심은 단어의 모든 의미를 파악하여 해석한 것이 아니라 마치 처음 듣는 외국어 문장을 말하는 것처럼 단어에 내재된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상태야."
내가 마치 어려운 독일어 단어들로 된 문장을 읽는 것과 똑같네. 
 
이 퍼트넘의 반박이 또 반박을 당하고 사유는 끝이 나는데, 그건 귀찮아서 다음으로 미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