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죽고 싶다

이제 단약도 안 하니 크게 우울하거나 절망적이지 않은데도 나의 만성화된 자살사고는 날 놔주지 않는다.
강제로 가면을 쓰게 하는 타인들이 내 옆에 있을 때는 잘 웃고 안 좋은 생각들도 떠오르지 않지만 혼자가 되는 즉시 부정적인 생각들이 생겨난다.

아무리 자도 피곤하고 세상은 타락했고 내 뇌는 지랄하고 미래는 불안하고 난 공부도 안 하고 뒤쳐지고 외모도 마음에 안 들고 감정도 못 느끼고 약 없으면 죽고 싶어서 미치려고 하고 수면 문제는 10년을 이어지고 무기력해서 샤워도 못하겠고 그냥 폰만 보고 번아웃은 익숙해져서 신경도 안 쓰인지 오래고 웃고 싶지도 않고 다 싫고 매일 앉아있으니 허리랑 목 작살나고 근육 다 빠지고 입시판에 5년 있으니까 진짜 좆같다

내가 살아서 뭐해… 살아서 뭐해 진짜
내가 무슨 가치가 있어서 살아
자원 낭비하지 말고 빨리 죽는 것도 괜찮을 듯

내가 죽고 싶어하는 거 알면서도 샤워하라고 은근 짜증내는 엄마가 밉다.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미워하는 내가 밉다. 하.. 샤워는 무슨ㅋㅋㅋㅋ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약물과다복용과 혼수상태, 뇌사, 연명치료 거부 신청, 장기기증 동의서다.
내 심장 간 위 콩팥 안구 다 드릴게요 저 대신 아름답게 살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