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지자 걍

왜 사노
시발ㅋ

죽을 힘을 다해 버틴 죄로 우울증에 걸렸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 나온다
방어기제 이제 그만 나대라
나 그냥 힘들어할래 그냥 울래

이게 내 본모습이다
헤실헤실 웃고 다니고 부모 돈 많으니 행복해보이겠지 불행이라곤 전혀 모르는 것 같아 보이겠지
나 하나도 안 행복해
근데 행복이 뭔지는 너무 잘 알아서
행복을 갈망하는데
도무지 잡히지가 않는다

왜!! 왜 사람들은 몇십 년을 살고도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하는가
여기 이렇게 외로운 내가 있는데
그 경험들때문에 나는 너무 이르게 커버렸고
아픔을 내비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냥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삶이라는 형벌이 내 얘기가 아니었어야 했는데
분명 나중에 살아있길 잘했다는 순간이 온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고통이 지워지는 게 아니잖아 피로 얼룩진 과거가 바뀌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그런 순간도 다시 불행으로 전환될 게 뻔한데 내가 뭘 믿고 이 세상을 살아가
내가 왜

태어나지 않았어야 해
이 정자는 3등 했었어야 해
난자와 만나지 않았어야 해
나팔관에 돌기 하나만 더 나있었어도 내가 수정될 일은 없었는데
왜 왜 종교라는 건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게 하는지
왜 죽음은 큰 고통을 수반하는지
왜 낙태와 동성애가 잘못된 건지
왜 생명이 최고의 가치인건지
내 생명은 좀 내가 포기할 수 있게 해주라

그냥 울지말고 자자 오늘은
오늘 꼭 울고 싶었는데
자괴감 가득 안고 자보자 그냥
거지같은.. 인생…
나약한 나새끼
졸리다

눈을 감았다 뜨면 내가 죽어있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과 영원히 안녕이라면?
감정이입이 안되나 전혀 슬프지가 않네
그래 난 우울증 환자라서 감정이 안 느껴진다

가짜 유서.

엄마아빠 나 낳아서 키우느라 진짜 고생했고 나때문에 행복했길 바라 나도 덕분에 열두 살까지 어느 누구 부럽지 않게 살았고 행복이 뭔지 정확히 배웠어
밍교두 승혀이도 히연이경으니인떠새싹이 나의 영화에 출연해준 특별 공로상을 드립니다
주인공의 고난의 순간들을 함께 해주어 감사합니다
조연들은 앞으로도 힘차게 살아가지만 이 영화는 새드엔딩이에요

친구들아 너네는 내 삶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고마운 게 참 많아
학교에서 몰래 엽떡 먹고 일탈 아닌 일탈도 하고 수행 기간에 같이 울고 같이 욕하고 자살드립치고 징징대는 거 받아주고.
얘들아 다들 지금까지 사느라 너무 고생 많았어
궁디팡팡. 19년의 짧은 삶이 참 고달프지.
사랑 많이 받고 아프지 말고 살아
너네 덕에 이 모진 세상의 일부를 사랑할 수 있었어

엄마. 아빠. 2키로도 안되는 미숙아에서 22배나 불어난 지금까지 너무 잘 키워줬는데. 먼저 가서 미안해. 채 20년도 살지 않고 떠나버려 미안해. 엄마.. 너무 많이 울지마
나의 죽음에 세상을 탓해줘. 션이나 잘 키워줘
내 어린시절이 덕분에 아름다웠어
나 없이도 잘 살아야 돼
나는 태어나지 않는 게 맞았던 것 같아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