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역사

03년 말
정자와 난자가 수정됨. 비운의 역사 시작.

04년 (1세)
성격이 급해서 엄마를 기어이 앰뷸런스에 태우고 한 달 일찍 태어남. NICU(신생아 중환자실)에 잠깐 있었음.

남아선호사상 없는 집안에서 양가의 첫째가 됨. 맨날 할아버지 품에서 둘이 땀 뻘뻘 흘리며 낮잠 잠. 엄마는 산후 우울증이 없었다고 함! 입덧도 거의 안 했다고!!

근데 잠을 더럽게 안 잠. 등센서 ㅈㄴ 예민함 맨날 울었음

06년 (3세)
동생 탄생. 유아 퇴행 없고 동생 밥 먹여주는 등 예뻐함.

07년 (4세)
어린이집을 처음 다님. 영어를 처음 접함. 처음으로 남사친과 썸씽이 생김. 이때부터 어른들께 ㅈㄴ 예쁨 받음.

이 무렵 첫 입원함. 열이 펄펄 끓어서 짧게 입원했었음.

08년 (5세)
이 즈음 첫 해외여행을 갔던 것 같음. 아마 동남아?
중국도 이 즈음 가서 수영도 배우고 엄마 친구 가족이랑 놂.

09년 (6세)
영어유치원 다니기 시작. 여전히 예쁨 받는 중.
이 무렵 처음으로 제대로된 관심사가 생김. 공룡 이름이름이랑 시대 외우고 다님.

프랑스에 가족여행 감. 시차 적응 못했음ㅋ
언어에 관심 가지기 시작. 차 안에서 중국어 노래 맨날 따라부름.

10년 (7세)
판교로 이사 가면서 비싼(다고 엄마가 지금도 호소하는) 영어 유치원으로 옮김. 영어 공부 쉽지 않았음..ㅎㅎ
같은 반 친구가 비틀즈 존나 좋아해서 나도 몇 곡 알게 됨.

편도선 수술 받음. 존나 무서웠음. 근데 수술 잘 끝나서 이제 열 잘 안 남.

종이에다가 263389191+353729191 이런 거 써놓고 계산하는 걸 즐겨했음.

11년 (8세)
영재교육원 다니기 시작.
학교에선 3인방끼리 친해져서 서로 배신 때리고 절친하고 1년동안 그 난리를 핌. 그 중 한 명은 지금 유명 연예인 됨.
이땐 못 하는 게 없었음…. 피아노, 미술, 체육, 공부 etc

노영심의 ‘학교 가는 길’이 주제가였음. 정말 좋아했던 곡

12년 (9세)
Julia랑 친해져서 허구한날 치고박고 싸움. 둘 다 고집 센 고지능자여서 맨날 충돌함.

밴쿠버에 두 달 간 여행 감. 썸머스쿨 다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 가기 전에도 존나 설렘.
이때부터 암기 ㅈㄴ 싫어해서 구구단 안 외우고 뻐팅겼던 게 유일한 스트레스였음.

밴쿠버 아쿠아리움에사 벨루가를 만나고 꿈이 해양동물학자로 바뀜.

김동률의 ‘출발‘을 어스름한 방에서 혼자 들으며 심장 뻐렁참.

13년 (10세)
새싹이와 절친이 됨. 사랑한다는 말 남발. 늘 둘이 붙어다님.

초등학교 1~5학년 때 존나 놂 진짜 맨날 놂
MBC 어린이 피디단, 과학관 1박 2일 캠프, 천문대, 자연 휴양림 등 온데간데를 싸돌아다님.

이 무렵 내 꿈은 의사.

14년 (11세)
새싹이가 미국에 1년 유학 감. 연락 문제로 존나 싸움.
윤소은 박서진이라는 빌런 등장. 또 존나 싸움.

학원다운 영어학원 다니기 시작. 맨날 원서 처읽어야해서 개빡셌음 학원때문에 스트레스 받기 시작.

이 무렵 내 꿈은 천문학자.

팝송 즐기기 시작.
이루마 음악도 참 좋아했음. 할머니랑 이루마 콘서트 감.

15년 (12세)
미국 여행. 새싹이와 반년만에 재회. 존나 행복.
학교에선 영재학급에 합격해서 6학년 언니오빠들 제치고 수상함. 존나 행복.

네덜란드어, 천문학, 음악, 여행
이렇게 내 관심사가 확립된 시기.

심즈 시즌3 OST 들으면서 거의 눈물 흘림 진짜 내 감상 풍부한 건 알아줘야 해.

16년 (13세)
인생 망하기 시작. 영재교육원 끊고 서울로 전학 감. 최다혜라는 빌런 만남. 자존감 및 사회성 떡락.

네덜란드어 여전히 존나 좋아함 환장함.
네덜란드랑 스페인 여행 감 존나 행복함.

아이돌 덕질 시작.
초반: 아이오아이 -> 트와이스 -> 여자친구

아빠의 지랄 시작.

17년 (중1)
과외로 독일어 배우기 시작.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화(강박) 시작. 불안도 존나 높음.
인생 첫 콘서트 감. 비투비에 존나 환장. 나만큼 푹 빠진 또래를 찾을 수 없음.

소극적 자살사고 시작.
(ex. 태어나지 않았으면…)
불안과 우울.

18년 (중2)
독일어 자격증 시험 치고 합격.
신체화는 시각 전조 편두통과 건강염려증으로 이어짐.
중학교 시절 그나마 가장 살만했던 시기.

독일 여행 감. 현실에서 독일어 써 봄.
공부 열심히 하려는 조짐이 보임.

19년 (중3)
공부 열심히 하기 시작.
인생 존나 힘듦 걍 개힘듦 맨날 욺
선택적 함구증이 왔고 입맛도 완전히 잃음.

네덜란드랑 영국 여행. 비행기에서도 수학 공부함.
그래도 존나 행복.

아이돌 덕질 중단. 락 장르 좋아하기 시작.

20년 (고1)
감정불능증 시작.
사회성 좋아지기 시작. 인생 좀 펴기 시작.
입시 존나 힘듦 시ㅣ발

찰리 만남. 붙어다님.

21년 (고2)
조온나 힘듦 자존감은 여전히 낮음
코로나때문에 건강염려 극심해짐. (불안장애)

독일어랑 물리 공부하고싶어서 드릉드릉

22년 (고3)
본격 과도기 시작. 존나 성장.
미국, 독일 등 유학 가겠다고 난리 부르스.

영재성 발현되기 시작.
생각 ㅈㄴ 많아지고 불안장애 여전하고 외롭고 철학적이고 세상에 불만 많고 꿋꿋이 백신 안 맞고 남들과 다르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

호주 여행 감. ‘아 나 영어 잘하는구나.’

23년 (20세)
정신병 진단받고 온갖 치료 다 받는 중.
감정불능 지대로임.

재수 중. 죽을 고비 여러 번 넘기고 살아있음.
영재임을 발견하고 양질의 인간관계 형성 중.
조오오오온나 성장함. 사람 보는 눈 개좋아짐.
영재 친구 발굴 중.

이런 삶…
요약하자면

1. 해외여행 존나 다니고 언어에 재능 있음
2. 예민한 감각 + 다양한 경험때문에 인풋이 타인보다 많아서 성숙한 편.
3. 또래 중에서 나만큼 고생한 사람 별로 없다고 자부함. 일의 심각도는 높지 않으나 같은 일을 겪어도 남들보다 훨씬 힘들어하기 때문.

미래에 할 고생을 어릴 때 꽤 많이 클리어한 것 같음.

이제 나는 인싸가 되겠다는 꿈은 접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의 80% 이상은 나보다 멍청할 것이기에 딱히 내 인간관계 안으로 들이고 싶지 않음.

딱 그런 느낌이다. 어른이 돼서 어린이가 낑낑 양말을
신는 모습을 보는 거.
어린이가 열등하거나 모자라다는 식의 부정적 인식은
없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음. 이게 지능의 단점이다.

세상 인구의 절대다수가 나보다 멍청하다.
이게 과연 좋기만 할까? 절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난다.
‘저렇게 말고 이렇게 하면 되는데…’
답답하다.

코로나 백신 젊은이들이 왜 맞냐 진짜
안전하다는 근거가 인터넷 어딜 뒤져도 안 나오는데 왜 생각없이 접종하냐고.

인간들이
생각이
없다.

답답하다. 미치겠다.

내가 보기엔 A임이 자명한데 사람들은 자꾸 BCD를 고른다. 짜증난다.

자의식 과잉이냐고??? 아니!!!!
내가 뱉는 모든 말들 속에 담긴 생각이나 주장들은 모두 여러 번씩 프로세싱해본 결과물이다. 요약해서 저것밖에 안 적었지만 다 근거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정말로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허무주의에 빠져서 자살엔딩이 난다.
똑똑한 사람들이 허무주의에 빠지는 이유이다.

사람들은
안주한다.

그게 그들 삶의 방식이기에 내가 뭐라고 할 순 없지만
끝없이 한계에 부딪히고 성취를 해나가는 삶이 정말 의미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허무주의에 빠지고 극복한 사람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허무주의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들은, 삶에 만족하거나,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삶의 의미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해볼 필요도 없을 거고 따라서 허무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을 칠 필요도 없기 때문에 현실에 투쟁하지 않고 쳇바퀴같은 삶을 살아간다.

허무주의에 빠져보지 않았더라도 주체적이고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아마 더 많을 수도 있다.

매일이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오지랖 넓게도 괜히 내가 안타깝다. 저게 최선이 아닐텐데..
근데 놀랍게도 이게 지능의 차이일 수도 있다.

대략 60년을 사신 고지능자 교회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영재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결책을 갈구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현실과 싸우지 않고 수긍하며 포기한다고.

그런 예시가 내 주변에 많다.
두 친구들이 나는 전자에 속한다며 칭찬도 해주었다.
이렇듯 나는 근거가 있는 말만 한다.

재수 없지? 알고 있다.
이게 고지능이다. 그냥 내가 타고난 특성 중 하나가 이거다. 고지능자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맞는 말을 하는 확률이 높다. 논리적 실증적 철학적 성찰적 근거가 뒷받침되는 말만 하거든.

안주하는 사람들을 밟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고맙기도 하지만, 나는 다같이 잘되고 싶다.
그래, 이상이지.
그게 실현될 가능성은 0이다.

그래도…
더 좋은 삶이 널 기다리고 있어.

책 한장이라도 읽어봐.
조금만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봐.
한 번만 웃어넘겨봐.

어른이 되면 학생들에게 이걸 알려주고 다니고 싶다.
난 나보다 늙은 사람들을 설득할 자신은 없다.
그러니 아직 바뀔 희망이 있는 학생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어둠을 숨기고 조금이나마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다. 난 그러지 못 했으니까.

열정적으로 사는 삶이 당사자에게, 그리고 주변인들에게도 얼마나 큰 자극과 촉발제가 되는지. 그런 삶 자체가 또 이어서 살아나갈 힘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난 그냥 죽고싶다.
난 힘이 없다.
하나님이 힘 조절 실패하셨다.

남들은 행복했으면 좋겠고
난 죽었으면 좋겠다.

어쨋든 결론은

님들아 안주하지 마세요
생각하며, 판단하며 사세요
못해본 일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보세요
오글거림을 감내하고 따스함을 전해보세요
작은 것들을 사랑해보세요
타인들을 이해해고 포용하고 웃어보이세요
배척하지 마세요
노래를 부르세요
꿈을 꾸세요

antidepressive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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