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재수

불행배틀 하려는 거 아님.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매우 많은 거 알고 있음.

 

참으로 외로운 싸움이다.

안 그래도 외로운 재수라는 길에, 뇌가 외로움이란 기름을 들이붓는다.

나는 환자니까. 뇌에 이상이 있어서 정상적인 사고가 안 되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내 사고가 지나치게 편협하고 비관적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거?

아니 오히려 인지하고 있어서 더 힘든 것 같기도 하다.

비이성적인 생각이 제어가 안 되어서 결국 자기 혐오로 이어지기 때문에.

 

힘들다. 우울하다. 하기 싫다.

힘들다. 의지가 팍 꺾였다.

ㅜㅜㅜ

 

내가 이 고생을 

하는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담담한 척 하는 건지 진짜 그런 건지

아직 모르겠다.

 

친구가 2주 전부터 신경이 눌려서 어깨랑 목의 상태가 안 좋다고 했다.

오늘은 어지럽기까지 하다고, 수능의 부담감까지 더해져서 결국 울었댔다.

코앞인데 아파서 서럽다더라.

 

그렇구나.

 

그럼 나는, ... 아니야.

 

많은 생각이 들었다.

 

ㅎㄹㄴㅇ아무 의욕이 없다.그래도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그만 버틸래그만둘래

 

왜 내 삶만 이 모양이냐고외쳐보고 싶었다.그러지 못했던 이유는내가 기만자 같아서.근데 계속 들린다.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왜 난 강해질 수밖에 없었으며왜 늘 익사하기 직전에  건져졌냐고차라리 냅두지. 

 

난 이딴 걸 성장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그냥 피딱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칼로 찔린 깊은 상처.고통스러운 치료들을 견디고 간신히 차오른이전과는 어딘가 다른 살.변형된 피부를 볼 때마다 칼에 찔렸던 기억이 떠오르는데이걸 누가 성장이라고 불러

 

그냥 피해야 피해.불운, 불행, 비극.

 

아 나는 정말 이런 삶을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애초에 안 적이 없었어늘 이래왔으니까.

 

상담치료 쌤이 나는 왜 그리 비장하게 사냐며.왜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이냐며.

 

안 그랬으면 난 진작에 자살했을테니까.비장하게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끌어모아 현실에 직면해야 했으니까.그 스트레스 속에서 공부를 하려면 나에게 모질게 굴어야만 했으니까.

 

씨발

 

내 삶은 늘 그런 식이었어그냥 늘에너지를 끌어와야만 다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어그래서 지금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하는 거야안 그래본 적이 없으니까어색하니까

 

그걸 다 이겨낸 나의 외면? 잘났어 그래 잘났어다 이겨내니까 '성장'해서 보이는 부분은 잘났어.얼굴도 나쁘지 않지, 돈 많지, 겸손하지, 똑똑하지, 섬세하지, 열정 가득하지(우울증 이전), 성숙하지, 사회성 좋지.

 

그러면 뭐해내 내면은 썩어가고 있는데.너무 겸손해서 날 미워하고너무 똑똑해서 불안하고너무 섬세해서 예민하고가득했던 열정은 다 잃어버렸고너무 성숙해서 또래랑 말이 안 통해

 

과해.

 

과해

 

저것들이 있으면 뭐해이렇게 불행한데어쩌라고 시발아

 

뭐 어쩌라고내가 힘든데 뭐 어쩌라고

 

나 좀 내버려두라고제발 부탁이야숨 좀 쉬게 해달라고아니면 아예 죽여버리던가

 

아 이제 그만 울고 싶어시발 이렇게 산 지 거의 8년이야 8년좆같은 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