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삶을 사는 내 모습.
막 달리는 내 모습.
부러질 것 같은 팔다리로 꿋꿋이 살아가는 나.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남들보다 약하게 태어나 어떻게든 버티는 나.

환경만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그러니 내가 가진 것들을 약한 이들에게 나눠줄래.
혼자 가지고 있지 않을게.
나는 누릴 만큼 누렸어.

너는 그런 대우를 받을만한 사람이 아니야.
너는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사람이야.
너만의 작은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이야.
너만의 별을 추구해야 하는 사람이야.

너의 방에 벽지부터 시작해서, 작은 인형, 전등, 그리고 나중엔 피아노, 천체망원경까지 놓아질 거야.

나 역시도 그래.
어쩌면 이게 우리 삶의 이유일 수도 있어.
어쩌면 여태 내가 바라던 대로 정해진 절대적인 삶의 이유가 있다면 좀 지루할 지도 몰라.
우리 스스로 그 이유를 만들어내라고 아무것도 예정되어 있지 않은 걸지도 몰라.
그리고 그게 삶의 원리일지도 몰라.

모든 게 정해진 채 태어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이게 삶의 정의라면 좋겠다.
아직은 그 반대라고 생각해.
태어나면서 대부분이 결정된다고.

어떤 이들은 작은 도화지에 몇 가지 색 크레파스만 가진 채 태어나지만 또 어떤 이들은 큼지막한 도화지에 48색 크레파스까지 가지고 태어나니까.

하지만 후자의 사람들 중 대다수는 그 48색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모를 걸. 그게 내가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는 이유야.

고작 몇 가지 크레파스로 명암을 넣고 그라데이션을 표현하는 방법을 내가 알아. 내가 알려줄게. 다채한 너의 세상을 그렇게라도 만들면 되는 거야.
그렇게 이 큰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희망의 색으로 물들이는 게 내 꿈이야.

저 진짜 열심히 살게요. 제가 함께할게요. 도와줄게요. 같이 걸을게요. 돈이든 재능이든 갖다 바칠게요. 붙잡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