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지가 않네

쳐지지가 않네. 신기하다
단약 종료 이틀차 오전. 우울해야 하는데 우울하지가 않다.

내가 설명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서인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상위 1%의 검사 결과가 나왔고 나와 엄마는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동생은 2.3%였고.

나는 그 사실을 완전히 망각한 채 여러 일들을 겪으며 우울증까지 겹친 지금 극도의 자기비하, 자기혐오와 낮은 자존감이라는 문제를 맞닥뜨리고 있다.

현재는 상위 4%에서 최대 2%까지도 예상된다고 한다.
그때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 수치다.

영재는 우월한 게 아니라 남다른 거다.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과 생각의 작동 방식이 남들과 달라서 다른 방식의 대우와 교육이 필요한데, 어쩌면 나는 영재교육원을 끊은 후로 적절한 대우와 교육을 받지 못해서 지능이 낮아진 걸 수도 있겠다.

그냥 나는.. 영재라는 한 줄기 빛만을 바라보고 있다.
제발.
내가 범주화될 수 있길.
내가 혐오하는 나의 모든 특성이 한 번에 납득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사실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수도 있지만 처음 ‘어른이 된 영재들’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는 느낌이었다. 인생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느낌이었다. 동굴 한가운데에서 돌파구를 만난 느낌이었다.

최근 내가 받았던 웩슬러 뭐시기 검사에 의하면
125 기준 상위 4.75%
130 기준 상위 2.28%

나는 이 사이 어딘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