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렇게 된 걸까

행복해지고 싶지 않아!

올해 3월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새로운 학문들을 접하고 나만의 인생 규칙들을 세우며 성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하고 기대하고 그랬다. 좋아하는 것도 많고 자기 계발에 미쳐있었다.

그런데 정신과에 다닌 지 두 달쯤 된 지금 행복, 성공, 발전, 평안 모두 지금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을날 길거리의 낙엽들과 같다. 근 7년 간 내가 맹목적으로 갈망해 오던 것들인데ㅠㅠ

저는 행복해지고 싶지 않다. 더 고통스러웠으면 좋겠어서 약 먹기도 너무 싫다. 오늘은 내적갈등 한참 하다가 겨우 먹었다.
발전?ㅎ 코웃음만 나온다.

사람들의 위로도 안 통한다.
“다 나아질 거야.” 안 나아져도 되는데요?
“미래에는 다 잘 풀릴 거야.” 저는 미래가 필요 없어요. 죽으면 돼요.
“모두 다 지나갈 거야.” 아니 미래가 어떻든 당장 소멸하고 싶다니까요.

라고 실제 말하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생각은 그렇다.
이건 뭐 우울증의 증상도 아닌 것 같고 그냥 내가 왜 하루아침에 이렇게 됐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
요즘 약효가 좋아서 딱히 힘들지도 않아. 왜 이렇게 모든 것에 허무함을 느끼는 걸까.

+커피를 마시면 낮은 확률로 유사 공황이 올라오고, 그럴 때만 그렇게 미친 듯이 죽고 싶어 하는 듯? 약효가 좋아서 전반적으로는 평온한 날들을 보내는 중.